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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조원 예산 편성권 통해 타 부처·정치권 길들이기…청와대 경제수석 자리도 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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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특별자치시에 있는 기획재정부 전경 / 기획재정부 제공

[박상영의 Re:코노미]

기획재정부는 반개혁 세력인가.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인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등 재원이 들어가는 사안에서 기재부가 반대 목소리를 낼 때마다 논란은 반복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 손실의 제도화를 재정당국이 반대하는 기류가 흐르자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재부의 나라냐”며 직접 제동을 걸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더 이상 예전만큼의 존재감이 없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할 때, 2023년 도입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의 기본공제액을 50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때 모두 기재부가 반대했지만 청와대는 결국 받아들이지 않았다. 관료와 정치권은 기재부의 힘은 여전히 공고하다고 말한다. 기재부는 ‘예산편성권’을 갖고 있고, 조율과 협업을 명목으로 각 부처 간 ‘회의’를 주재하며 ‘청와대 경제수석직’으로 권력의 최중심부에 가깝기 때문이다. 반면 기재부를 견제할 조직은 없다고 판단한다.


한 달에만 12차례 관계부처 회의 열어

올해 정부 예산 규모는 558조원이다. 기재부는 이 돈을 국방·외교·치안 등 국가를 유지하기 위한 사업은 물론, 연구개발·사회복지·교육 등 다양한 사업에 배분한다. 정부 역점사업의 성패도 예산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부처가 야심 차게 추진하더라도 예산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 한 부처 관계자는 “기재부는 돈의 흐름으로 각 부처의 정보를 파악한다. 예산으로 부처 간 이견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역의 지자체장이어서 기재부 눈치를 안 볼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예산안 확정은 국회의 몫이다. 그러나 촉박한 심사일정으로 기재부가 제출한 예산안에서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예산 관련 자료도 방대하고 접근권도 제한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기재부는 조직 차원에서 방대한 예산정보를 갖고 있는 반면, 국회는 의원실 단위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기재부에 대한 의존도를 높인다”고 했다.

기재부와 정치권의 타협도 이뤄진다. 국회가 예산을 쉽게 깎기 위한 사업을 기재부가 전면에 배치는 방식이다. 대표 사업이 국고채 이자 상환 사업이다. 국채를 발행하면 이자를 내야 하는데 기재부는 국고채 이자율을 현행 금리보다 높여 사업 규모를 부풀린다. 현행 금리가 2%라면 3%로 예상하고 예산을 편성한다. 국회는 심의과정에서 이를 2%로 다시 낮춘다. 지난 10년간 이렇게 매년 1조원의 예산을 삭감했다. 왜 이런 수고로운 과정을 반복할까. 국회는 예산 삭감 권한만 갖는다. 지역구 사업 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는 다른 사업에서 예산을 깎아야 하는데 국고채 이자 상환 사업이 삭감하기에 가장 손쉬운 것이다.

기재부의 힘은 회의체가 신설될 때마다 커진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에 맞서 기재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회의를 출범시켰다.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받자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집값이 들썩이자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가 열렸다. 2020년 12월부터는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해 시스템반도체·미래차·바이오헬스 등 이른바 ‘3대 신산업(BIG3) 추진회의’가 신설됐다. 기재부는 이 회의체를 통해 각 부처로부터 업무 현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 받게 된다. 회의 안건을 정할 수도, 제외시킬 수도 있다. 경제부처 관계자는 “어젠다를 정하는 것 자체가 권력”이라고 했다. 홍 부총리가 이달에 주재한 범부처 회의만 12차례였다.

이들 회의가 공개인 점도 타 부처에게는 압박이다. 부총리가 모두발언으로 언론에 공개하기 때문에 소관부처는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해 기재부에 힘을 실어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박근혜 대통령은 투자 활성화 기치를 내걸고 2013년 취임과 동시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었다. 당시 청와대는 회의 일정만 정하고 구체적인 안건은 기재부가 정했다. 대통령 주재 회의가 잦다 보니 안건을 찾는 것 자체가 일이라는 불평이 나오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횟수는 줄었지만 중요 안건인 경우에는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다. 또 다른 경제부처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 자체가 부처에는 압박이다. 회의를 주재하는 기재부에 자연스레 협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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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20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7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기획재정부 제공

청와대와 연결고리 ‘경제수석’ 독점

청와대 경제수석실도 기재부에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한다. 전직 고위 관료는 “경제정책을 조율하는 청와대 경제수석은 사실상 기재부가 독점해왔다. 최근 경제수석실에서 금융위의 입김이 세지고 있지만, 여전히 경제수석과 경제정책비서관에 힘이 실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실에는 각 경제부처에서 파견을 오지만 기재부가 사실상 정책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변화는 있었다. 검찰 출신을 민정수석에서 배제했듯이 기재부 출신을 경제수석에서 제외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김동연 부총리와의 갈등설이 불거지는 등 엇박자가 연이어 발생하자 경제수석은 다시 기재부 차지가 됐다. 청와대에 파견 경력이 있는 한 경제부처 관료는 “기재부는 돈(예산)도 갖고 있지만, 권력과 물리적 거리도 가깝다”고 말했다.

기재부를 견제할 마땅한 조직도 없다. 국회는 정부의 재정 운용을 견제하기 위해 2003년 국회예산정책처를 만들었다. 예정처는 좀처럼 민감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지난해 6월 예정처가 정부의 뉴딜정책을 비판하는 보고서를 내자 여당으로부터 “뉴딜사업의 취지와 목적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보인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 소속 싱크탱크도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에는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부처에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만큼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예산부터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총액배분·자율편성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현행 예산제도는 기재부가 편성하고 기재부가 평가하는 것으로, 이는 시험을 본 사람이 채점을 하는 것과 같다. 선출직인 청와대와 국회에서 고용·복지·사회간접자본(SOC) 등 큰 틀에서 예산 규모를 조정하고 세부 사업 예산은 소관부처에서 편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m.biz.khan.co.kr/view.html?art_id=202101310801001&code=920100&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